서론
SBS와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방영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청춘의 사랑, 이별, 재회라는 익숙한 소재를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작품이다. 최우식과 김다미라는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을 접목한 서사 구조, 감성적인 음악과 영상미까지 어우러져 단순한 로맨스 그 이상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는 과거의 감정을 꺼내어 현재에 다시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그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드라마는 고등학생 시절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두 주인공,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10년 후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창 시절 ‘상극’이던 두 사람은 결국 연인이 되었지만, 예고 없이 헤어진 뒤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은 어색함과 미련, 감정을 억누른 말들로 서로를 바라보며,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다시 ‘우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그 해 우리는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 이유는 바로 이 '리얼함'에 있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헤어졌고,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단지 연애의 설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성숙이라는 이름의 변화들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그저 '사랑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를 지닌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 어긋남의 기록
최웅과 국연수의 관계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전교 꼴찌와 전교 1등이라는 대비되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유쾌한 다툼 속에서 사랑이 피어났지만, 결국은 다르다는 이유로 멀어지고 만다. 연수는 누구보다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책임감과 불안에 짓눌린 인물이고, 웅은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며 안정을 추구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서로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그들은 헤어짐을 선택한다.
그들의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설명도 없었다. 그 때문에 서로의 마음속에는 상처와 오해가 깊이 남아 있었다. 연수는 웅을 떠나면서도 마음속에 미련을 품었고, 웅은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았다는 감정에 머물렀다. 이러한 오해와 침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10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드라마는 이 어긋남의 시간을 회상 형식으로 풀어낸다.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기억과 감정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교차하면서, 과거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완의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시청자는 이들의 서로 다른 상처와 후회를 함께 경험하며, 사랑이란 결국 이해하려는 노력과 솔직한 표현이 부족할 때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조용히 성장해 온 사람들, 다시 마주한 감정의 무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많이 변했다. 웅은 성공한 일러스트 작가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었고, 연수는 현실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늘 강한 척하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엔 과거의 감정과 후회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갈등과 대화는,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드라마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웅은 더 이상 연수를 오해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고, 연수는 자신의 불안과 상처를 숨기지 않고 웅에게 털어놓으려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화해나 재회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성숙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감정의 전달 방식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극단적인 사건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눈빛, 말투, 멈칫거리는 행동 속에서 진심이 드러난다. 웅과 연수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을 통해 결국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 해 우리는은 이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감정의 진짜 무게를 보여준다.
리얼한 인물 군상과 감각적인 연출, 공감을 이끄는 힘
그 해 우리는이 특별한 이유는 주인공들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입체적이고 리얼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웅의 단짝 친구 김지웅(김성철)은 카메라 뒤에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내며 묵묵히 애정을 전하는 인물이고, NJ(노정의)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운 톱스타로서 웅에게 진심을 품는다. 이들의 감정 역시 과장되지 않으며, 누구 하나 악인이 없이 모두가 이해되는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연출은 감성적이고 섬세하게 감정을 따라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 구조, 인물들의 클로즈업, 색감의 변주 등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구성한다. OST 역시 드라마의 감성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방탄소년단 뷔의 ‘Christmas Tree’, 하성운의 ‘With You’, 빅나티의 ‘그 해 우리는’ 등은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인물의 감정선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결과적으로 그 해 우리는은 연애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 드라마 속 인물들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함께 되짚게 된다. 그 시절 우리가 놓쳤던 감정, 하지 못했던 말,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떠오르며 공감의 물결을 만든다.
결론
그 해 우리는은 단순한 재회 로맨스를 넘어서, 청춘이 겪는 성장통과 사랑의 본질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성 드라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어긋났던 두 사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 더 성숙해진 후 다시 마주하고, 그 감정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화려한 사건 없이도 깊은 공감과 울림을 이끌어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전해지는 감정, 사소한 표정 하나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우리 모두의 과거와 겹쳐지고, ‘그때 나도 그랬지’라는 감정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든다.
그 해 우리는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단지 로맨스를 잘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사랑과 이별, 성숙과 용서, 그리고 ‘우리’라는 관계가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지를 담담히 일러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감정에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전한 가장 따뜻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