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더 플랫폼 –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를 파고드는 충격의 수직 감옥.(서론, 사회 구조, 인간 본성, 상징과 메시지, 결론)

by ideas9831 2025. 6. 3.

서론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은 단순한 스릴러나 공포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폐쇄된 공간, 극단적인 설정, 그리고 상징적인 구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2019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며 팬데믹 시대의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의 생존 본능이라는 키워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영화는 상하로 층이 수백 개 존재하는 수직 감옥을 배경으로, 각 층에 하루 한 번 ‘플랫폼’이라는 음식 테이블이 내려온다는 기묘한 설정을 통해 인간 사이의 경쟁, 욕망,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윗층 사람들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음식은 사라지고, 결국 생존을 위한 폭력과 절망이 벌어진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조는 현실 세계의 계급 구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투영한다.

감독 갈더 가스텔루우루는 비유와 은유, 폭력적인 이미지와 함께, 관객으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당신이라면 어느 층에 있을 것인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타인을 해쳐도 괜찮은가?’, ‘인간은 연대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영화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보게 만든다. 그 점에서 더 플랫폼은 강렬하고 불편하며, 동시에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수작이다.

사회 구조에 대한 충격적인 은유

더 플랫폼의 가장 핵심적인 설정은 수직 감옥이라는 공간이다. 이 감옥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장치다. 각 층마다 두 명이 수용되고, 매일 하루 한 번 윗층에서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이 담긴 플랫폼이 내려오는데, 위층 사람들이 과하게 먹고 망치면, 아래층 사람들은 굶주리게 된다. 이 단순한 구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부의 불균형과 계층 고착화 문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위층에 있을 때는 배부르고 여유롭게 행동하지만, 자신이 아래층으로 떨어지면 모든 도덕성과 인간성을 상실하고 생존을 위해 잔혹해지는 인물들의 모습은,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이 감옥 안에는 규칙도 법도 없다. 다만 생존과 욕망이 존재할 뿐이며, 어떤 시스템도 이를 제어하지 않는다. 이 설정은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문제—즉, 상위 계층은 과잉 소비를 하면서도 하위 계층의 굶주림에 무감각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감옥의 층수는 영화 중반을 지나면서 200층을 넘어서고, 결국 300층 이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관객은 더욱 큰 충격을 받는다. 사람 수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다는 주장과 달리, 현실은 모두가 굶고 있으며, 그 책임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이기심에 있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는 단순한 사회 비판이 아닌, 개인의 윤리 의식과 공동체 의식의 결여를 비판하는 구조로 기능한다.

인간 본성과 선택의 윤리적 실험

영화 속 인물들은 극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주인공 고렝은 책 한 권을 들고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온 이상주의자다. 그는 처음엔 상식과 도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점점 구조의 냉혹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람, 자기만족을 위해 위층에서 폭식을 즐기는 사람, 무력하게 체념하는 사람 등—은 모두 사회의 다양한 군상들을 상징한다.

특히 고렝과 층을 공유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매우 상반되며, 이를 통해 영화는 ‘같은 조건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실험을 이어간다. 도덕적 태도와 생존 본능 사이에서의 갈등, 정의감과 체념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는 관객에게 ‘나였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는 단지 극단적인 픽션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사회 속에서 겪는 수많은 선택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렝은 ‘음식을 아래층까지 공평하게 전달하자’는 시도에 나서며, 영화는 연대의 가능성과 희망을 실험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모든 층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 구조는 절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개개인이 아무리 의지가 있더라도,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결국 더 플랫폼은 인간이 가진 본능, 도덕, 타협, 그리고 연대에 대한 총체적인 심리 실험이자 윤리적 실험이다.

상징과 메시지, 그리고 미스터리의 구조

이 영화는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명확한 결론이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상징과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 스스로 해석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이 가져오는 물건부터, 플랫폼에 올라가는 음식 하나하나, 각 층의 사람들의 행동, 마지막 ‘메시지’가 담긴 소녀까지—모든 것이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고렝이 감옥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면서 발견한 그 ‘아이’는, 이 시스템에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이자 동시에 순수성과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플랫폼에 태워 올리는 마지막 장면은 극 중 유일한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하지만, 과연 그것이 위층에 닿을 수 있을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이 열린 결말은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기며, 현실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진짜 ‘메시지’는 관객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함을 암시한다.

또한 감독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혁명의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진다. 연대를 위한 폭력, 이타심을 강요하는 위협은 과연 옳은가? 극단적 상황 속에서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게 하며, 더 플랫폼을 단순한 서바이벌 영화가 아닌 사회철학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이처럼 영화 전반에 깔린 상징과 미스터리는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결론

더 플랫폼은 단순한 공포, 스릴러 장르를 넘어서, 인간 본성과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파헤치는 강렬한 은유극이다. 수직 구조라는 설정 하나로 인간 사회의 계급화, 불평등, 도덕적 해이, 생존의 본능까지 모두 압축해낸 이 영화는, 그 설정만으로도 관객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감독은 시스템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 개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한다. 결국 이 감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시스템’이 아니라,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위층에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아래층에 떨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자문하게 만들며, 작품은 단순한 소비를 넘는 사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마지막에 고렝이 소녀를 위로 올리며 사라지는 장면은, 시스템의 바깥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하고자 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그 결말을 통해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더 플랫폼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