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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 바둑판 밖 현실에서 진짜 ‘생존’을 배우는 이야기.(서론, 장그래, 다양한 방식, 완생, 결론)

by ideas9831 2025. 6. 17.

서론

tvN 드라마 미생은 2014년 방영 당시 ‘인생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많은 직장인과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명작이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바둑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온 주인공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종합상사 인턴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디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화려한 성공이나 드라마틱한 로맨스를 강조했다면, 미생은 달랐다. 초라하고, 버겁고, 때론 무기력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하루를 견디고 살아간다. 그 과정 속에 담긴 고민과 갈등, 작지만 뚜렷한 성장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생은 직장이라는 조직 사회를 날카롭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낸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비정규직 인턴으로 입사한 뒤 매일 눈치를 보고, 실수와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진심과 끈기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지 사회 초년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미생은 ‘정답이 없는 삶’ 속에서도 꾸준히 버티고,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들은 실수하고, 무너지고, 때론 불합리한 구조에 주저앉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 자리를 지키며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습은, 직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장그래라는 인물에 투영된 청춘의 현실

장그래는 바둑이라는 세계에서 밀려난 뒤, 학벌도, 스펙도, 연줄도 없이 ‘종합상사’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던져진다. 그는 정식 채용이 아닌 인턴 신분으로 시작하며,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다. 그의 존재는 회사에서 늘 애매하고 불안정하며,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런 장그래의 모습은 오늘날 수많은 청년들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화려한 경력이나 배경 없이 사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장그래는 바로 그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는 회사 안에서 수많은 눈총과 편견에 맞서야 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의에서 제외되고, 실수 하나로 모든 능력을 부정당하며, 매 순간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가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을 성실하게 버텨낸 덕분에, 조금씩 동료들의 인정을 받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간다. 그의 과정은 단순한 드라마적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승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그래의 인간적인 모습 역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며, 종종 무력감에 빠지고,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는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런 진심어린 태도는 직장생활의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 ‘성실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직이라는 무대 위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방식들

미생은 장그래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 장백기, 안영이, 한석율 등 동기 인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같은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모습은 '회사’라는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가치관과 인간군상이 부딪히는 복합적인 무대인지 보여준다.

장백기는 뛰어난 학벌과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인정받기 위해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안영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한석율은 자유로운 성격 때문에 조직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각 인물들이 처한 위치와 갈등은 다르지만, 결국 그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이곳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현실감을 안긴다.

또한 오과장, 김대리, 천차장 등 상급자 캐릭터들도 단순한 권위적인 상사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들 역시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갈등과 타협 속에 있다. 특히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장그래의 멘토로서 때론 엄격하고, 때론 따뜻한 조언자로 존재하며, 조직 내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고뇌를 보여준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단순한 위계 구조를 넘어서, 한 인간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다.

‘완생’으로 가는 길, 버티는 삶의 의미

드라마의 제목인 ‘미생’은 바둑에서 ‘살아 있지 않은 돌’을 의미한다. 즉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상태다. 이는 곧 장그래의 위치, 그리고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처지를 상징한다. 하지만 미생은 이 ‘미완의 존재’들이 결코 패배자가 아니며, 끝까지 버티고 나아간다면 언젠가 ‘완생’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드라마는 화려한 역전이나 반전보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성장에 집중한다. 장그래는 마침내 정규직이 되거나,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불안정한 현실에 놓여 있으며, 수많은 장애물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는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미생이 말하는 진짜 ‘성공’이다.

버티는 삶은 때론 지루하고, 때론 고통스럽다. 하지만 미생은 그 버팀 속에 진짜 성장이 있고,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주는 이야기로 남는다.

결론

미생은 단순한 직장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끊임없이 버티고 움직이며 ‘살아남기 위한 수(手)’를 두는 삶 그 자체를 담은 작품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된 이야기, 작은 성취가 주는 감동, 그리고 ‘버티는 것’의 가치.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미생은 단연 최고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장그래는 우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때론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모든 사람들. 미생은 그런 우리에게 말한다.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아직 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