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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 조선시대 좀비, 장르의 경계를 허문 웰메이드 사극 스릴러.(서론, 정치 스릴러, 사회 구조 비판, 세계적 호평, 결론)

by ideas9831 2025. 6. 10.

서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좀비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해, 장르의 경계를 과감히 허문 작품이다.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대본과 김성훈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더해져,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공개 직후 미국, 유럽, 아시아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상위권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단순한 공포나 생존의 문제를 넘어, 권력과 탐욕, 민중의 고통이라는 역사적 문제를 정면으로 조명했기 때문이다.

킹덤은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는 역병’이라는 설정을 통해, 단순한 좀비 서사에서 벗어나 조선 후기의 권력 투쟁, 기득권의 몰락, 민중의 절망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왕이 역병으로 인해 죽고도 숨겨진 채 살아있는 듯 꾸며지고, 그 권력을 연장하려는 세력과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왕세자 이창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은 단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치적·도덕적 투쟁으로 확장된다.

이 드라마는 한국적인 미장센과 전통적 정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서사 구조와 세계 보편적 장르 코드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다. 전통 복식과 궁중의 건축미, 산골 마을의 풍경까지 완성도 높은 비주얼은 물론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한의 긴장감은 국내외 시청자 모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킹덤은 단순한 K-좀비의 성공작을 넘어,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상징적인 콘텐츠다.

좀비를 넘어선 정치 스릴러의 묘미

킹덤의 핵심적인 매력 중 하나는 좀비를 단지 공포의 대상이나 생존의 위협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조선 왕실의 권력층은 왕이 죽었음을 숨기기 위해 역병을 조작하고 은폐하며, 그 혼란 속에서 자신들의 권세를 유지하려 한다. 이때 좀비는 단지 배경 설정이 아니라, 권력의 비열함과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왕세자 이창은 왕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백성들을 위협하는 역병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단순한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가 아닌, 왕실 내의 부패한 권력을 뒤엎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정치적 투쟁이다. 이런 구조는 드라마의 서사에 깊이를 더하며, 단순한 장르물이 아닌 사회 비판적 드라마로서의 무게감을 지닌다.

특히 조학주(류승룡 분)라는 캐릭터는 킹덤의 정치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인물이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보다도 더 큰 공포를 유발하며, 권력과 생존을 위해선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조학주의 존재는 좀비보다도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킹덤은 좀비 장르를 차용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정치 스릴러로 자리 잡는다.

역병, 민중, 그리고 조선의 사회 구조 비판

드라마 킹덤은 역병을 단순히 전염병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 병은 계층 간의 단절, 정치적 무능, 기득권의 자기 보호 본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묘사된다. 상류층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민중을 희생시키고, 하층민들은 도움 없이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좀비로 전락한다. 이 구조는 오늘날의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도 맞닿아 있어, 과거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울림을 준다.

킹덤은 끊임없이 묻는다. "왜 가장 먼저 죽는 건 항상 백성인가?" 역병이 퍼지는 상황에서도 궁중과 양반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기에 바쁘다. 반면 왕세자 이창은 이러한 현실에 분노하며, 목숨을 걸고 민중을 지키려 한다. 이창은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스스로도 왕실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자각하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그의 변화는 곧 드라마 전체의 핵심 메시지—‘백성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를 대변한다.

더불어 의녀 서비(배두나 분)의 존재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그녀는 신분의 제약 없이 진실을 추구하며, 인간적인 연민과 과학적 탐구심으로 역병의 실체를 파헤친다. 서비를 통해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도 단순한 조력자나 피해자가 아닌 주체적 인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서사의 깊이와 다양성을 더한다.

장르적 완성도와 세계적 호평을 이끈 연출

킹덤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뛰어난 연기력, 웰메이드 시나리오, 세밀한 미술과 의상, 긴장감 넘치는 편집과 음악은 물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창의적 설정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연출 측면에서 김성훈 감독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뛰어난 시각적 구성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빠른 호흡 속에서도 캐릭터 간의 감정선은 결코 소홀하지 않으며, 액션과 정적 장면의 균형 또한 탁월하다. 궁궐의 미로 같은 구조, 야경 속 횃불의 잔상, 피투성이로 물든 눈 덮인 전경 등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도 높은 미장센으로 구현되었다.

또한 사운드와 음악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조용한 순간에 들려오는 숨소리, 갑작스러운 좀비들의 등장음, 고요함 속에 퍼지는 전통 악기의 선율은 모두 긴장감을 조율하며 극의 감정선을 정교하게 조작한다. 이러한 디테일은 단지 좀비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미감을 담은 장르물로서의 품격을 높인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킹덤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한 신선함 때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깊이와 완성도 덕분이다.

결론

킹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 혁신이다. 사극과 좀비라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요소를 성공적으로 융합해낸 이 드라마는,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정치적 풍자, 사회 비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아냈다.

드라마는 끝내 묻는다. "괴물은 누구인가?" 좀비일까, 아니면 권력을 위해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인간일까. 이 질문은 작품 내내 지속되며, 관객에게 단순한 스릴을 넘어 깊은 윤리적 사유를 남긴다.

킹덤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웰메이드 장르 드라마의 표본으로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시즌 3와 외전 등에 대한 기대도 큰 가운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장르를 뛰어넘는 이야기’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