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이름을 들으면 거대한 괴물, 번개, 광기 어린 과학자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메리 셸리가 1818년에 발표한 원작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는 단순한 공포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창조의 경계를 넘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묻는 철학적 고전이다. 당시 19세 소녀였던 셸리는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창조자와 피조물, 책임과 죄책감, 외로움과 복수라는 심오한 주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속에서 이 작품은 기술과 윤리, 인간과 괴물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도 강력한 울림을 준다. 오늘날에도 프랑켄슈타인은 단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경고 그 자체로 남아 있다.
창조의 야망이 부른 비극
작품의 주인공은 프랑켄슈타인 박사, 즉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는 죽은 자의 신체를 결합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젊은 과학자다. 하지만 그가 만든 존재가 스스로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빅터는 공포에 질려 피조물을 버린다.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버려진 피조물은 인간 사회에서 거부당하고,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과 고통 속에서 점점 복수심을 키워간다.
이 소설은 과학적 탐구의 결과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당시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유럽 사회에서, 메리 셸리는 과학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났을 때의 위험을 예견한 셈이다. 창조의 과정 자체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을 때 얼마나 큰 비극이 초래되는지를 프랑켄슈타인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빅터는 단순히 괴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존재를 세상에 풀어놓은 죄를 짊어진 인물이 된다.
피조물 역시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감정을 이해하며, 사랑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외모 하나 때문에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학대당하며, 결국 스스로를 괴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묘사는 외모나 태생,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에서 배제되는 이들의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과 괴물의 경계
프랑켄슈타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괴물은 누구인가’이다. 독자는 처음엔 빅터 박사를 인간의 위치에, 피조물을 괴물의 자리에 놓고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가 뒤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짜 괴물은 과연 피조물인가, 아니면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친 창조자인가? 메리 셸리는 그 답을 독자에게 남긴다.
작품은 인간 중심적 시선이 얼마나 쉽게 타자를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비판한다. 피조물은 원래부터 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순수한 상태에서 세상을 경험했고, 사랑과 공감의 가치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빅터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배척했고, 결국 피조물은 고립 속에서 분노와 파괴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조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외모, 인종, 국적, 성 정체성 등으로 인해 편견과 차별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에 이미 다루고 있었다. 메리 셸리는 괴물을 통해 진짜 인간성을 되묻는다.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지, 그리고 인간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냈다.
현대 사회에서의 프랑켄슈타인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생명공학 등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는 과거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럴수록 이 고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프랑켄슈타인은 단지 과거의 문학 작품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도덕적 나침반이기도 하다.
기술은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끝에 있는 것은 언제나 책임이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든 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이다. 메리 셸리는 이 단순한 진리를 200년 전에 이미 소설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냈다. 인간의 오만이 초래한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르는 도덕적 책임은 시대를 불문하고 되새겨야 할 문제다.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은 인간이 만든 존재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폭력의 실체를 본다. 괴물을 만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외면이며, 진정한 책임은 창조 이후에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창조와 책임, 배제와 공감,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에 대한 깊은 탐구다. 메리 셸리는 19세기에 그려낸 이 이야기를 통해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에 어떤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독자에게 묻고 있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