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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sel, 전통을 깨부수는 판타지 속 여성 영웅의 탄생.(서론, 구해지지 않는 공주, 용, 밀리 바비 브라운, 결론)

by ideas9831 2025. 5. 25.

Damsel

서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Damsel'은 고전적인 판타지 구조를 뒤집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마치 동화처럼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 공주가 용에게 희생되는 전통적인 설정은 곧 충격적인 반전으로 이어지고, 이 영화는 '구해지는 여인'이라는 도식을 완전히 거부한다. 주인공 엘로디는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공주가 아니라, 배신과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 살아남고 싸우는 인물로 그려진다. 밀리 바비 브라운이 이 강인한 캐릭터를 맡아 신체적 액션뿐 아니라 감정의 결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현대적 여성 서사의 대표적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영화는 비주얼적으로도 웅장한 스케일과 어두운 분위기의 미장센이 조화를 이루며 고딕 판타지 특유의 정서를 자아낸다. 중세적 분위기 속에서 엘로디가 용의 소굴에서 펼치는 생존기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스릴러에 가깝고, 그녀의 선택과 행동은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이 시대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Damsel’은 단순한 액션 판타지가 아니라, 여성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정면에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구해지지 않는 공주,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다

'Damsel'의 이야기는 엘로디라는 이름의 젊은 공주가 인접한 왕국과의 정치적 혼인을 위해 낯선 궁전으로 보내지면서 시작된다. 겉으로는 왕자와의 아름다운 결혼과 평화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곧 끔찍한 음모의 희생양임을 깨닫게 된다. 왕실은 오래된 전통에 따라 용에게 공물을 바치듯 공주를 제물로 삼아왔고, 엘로디 역시 그 리스트에 올랐던 것이다.

이때부터 영화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엘로디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좁고 어두운 동굴, 벽을 기어오르고 낙하를 견디는 생존의 과정은 관객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그녀의 변화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복수를 다짐하고 세계의 진실을 뒤집겠다는 의지로 확장된다.

엘로디는 이야기 속 전형적인 공주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무기 없이도 싸우고, 도움 없이도 결정을 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오랜 시간 판타지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처했던 ‘구원의 대상’이라는 틀을 철저히 깨부순다. 그녀는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구조를 거부하고 새로운 정의를 스스로 세운다.

용은 괴물이 아니라 체제다

'Damsel'에서 등장하는 용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이 존재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두려움과 복종을 유지시켜온 상징이며, 왕국의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유지해온 공포의 기호이다. 엘로디가 싸우는 대상은 육체적 위협뿐 아니라, 세대에 걸쳐 반복되어온 희생의 구조이며, 이는 용보다도 더 거대한 적이다.

영화는 이처럼 메타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존 판타지 장르의 상징들을 전복시킨다. 용을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왜’ 이 괴물이 존재해야만 했는지를 묻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물음은 엘로디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전달된다. 그녀는 자신을 던져 변화의 씨앗을 심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용에게 던져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액션의 재미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 우리는 단순히 한 공주의 생존기를 본 것이 아니라, 억압과 전통의 이름으로 반복되어온 악순환을 깨뜨리는 누군가의 ‘선언’을 목격하게 된다.

밀리 바비 브라운의 재발견

넷플릭스의 히트작 'Stranger Things'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밀리 바비 브라운은 ‘Damsel’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다. 그녀는 공포와 분노,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감정 연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단순한 십대 스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충돌을 함께 표현해야 하는 장면들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단지 주연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가 된다. 그녀가 연기하는 엘로디는 약하지 않지만,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울고, 포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의 많은 여성들과 공명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

감독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는 그녀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을 택한다. 불필요한 대사보다는 눈빛과 호흡, 침묵이 감정을 대신하며, 그녀는 대사의 무게 없이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로서의 진가를 발휘한다. 'Damsel'은 그녀의 배우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

‘Damsel’은 기존의 판타지 장르가 수십 년간 지녀온 남성 중심적 서사와 구조를 거침없이 뒤집는 작품이다. 고전적인 미장센과 익숙한 배경 설정 위에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는 단순히 ‘여성 주인공의 액션물’이 아닌,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강력한 저항의 서사다. 엘로디는 단지 살아남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스템을 의심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선택은 동화 속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진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Damsel은 판타지를 빌려 현실을 말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왕자도, 기사도 아닌 ‘자기 자신을 구하는 여성’이 있다.